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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영화/2018 황금 사자상 수상] 작은 것들의 연대, 영화 로마(ROMA)

이야기/영화

by 지니공간 2019. 10. 8. 08:00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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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성, 돌봄 사랑이 담긴 영화 <로마>

 

이는 1970년대 멕시코 시티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, 

아이들, 여성들, 사회적으로 약한 존재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를

사랑과 연대를 통해 치유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.

 

 

흑백 화면, 선별적인 사운드를 통해 전해지는 캐릭터들의 절제된 감정선은

오히려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합니다.

 

영화 <그래피티>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알폰소 쿠아론의 영화 <로마>는

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영화입니다. 

 

* 스포주의 *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. 

 


# 영화 감상 :: 작은 것들의 연대와 위로

 

영화를 보고 난 뒤 가장 먼저 들었던 감정은 '복잡함'과 '착잡함'이었습니다.

 

사랑했던 사람을 임신시키고는 떠나버리는 무책임한 남자.

원치 않은 임신을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묵묵히 감내해야하는 여자.

그리고 뱃 속의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죽은 것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행일 수 있다는 위로..

영화에서는 상상하고 싶지도, 상상하기도 힘든 그런 상황들이 나옵니다.

하지만, 슬프게도, 그 때 그 시절에는 여성이라면, 이런 일들을 묵묵히 감내해나갈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릅니다.

 

하지만, 그들은 연대를 통해 각자의 슬픔을 위로받고, 이겨내고 치유해나갑니다.

그리고, 이는 영화 속에서 담담하게 서술되는데, 저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되었고 가슴 속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. 

 

 

# 감독 본인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영화

 

쿠아론은 <로마>를 두고 이렇게 표현합니다.

 

"영화라는 매체로 전달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전달 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작품이었다."

 

 

 

  영화 <로마>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어릴 적 자랐던 집과 동네에 대한 추억을 바탕으로 만든 자전적 영화입니다. 

 

  그는 전작 <그래피티>를 마무리하면서, 다음 작품은 단순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. 그리고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유년 시절을 보냈던 멕시코시티로

다시돌아갔습니다. 수년간 쌓인 자원, 도구, 테크닉 등이 있으니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모국어로 영화를

찍을 때가 왔다고 생각한 것이죠.

 

  그리고 그 영화에 본인의 어린 시절과 당시의 시대 상황, 멕시코의 정체성을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선,

멕시코 사람들과의 교류와 공감이 아주 필수적이고,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.

 

그래서 촬영팀 전원을 멕시코 출신으로 구성했고,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주제로 한 영화인만큼 촬영, 편집, 시나리오, 기획, 연출 등 출연을 제외한 대부분의 역할을 혼자 했다고 합니다.

 

  한 가지 충격적이면서도 재미있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는 연기 경력이 전무한 일반인 얄리트 아파리시오를

주인공인 클레오로 캐스팅했다는 것이었습니다. 멕시코 와하카주의 한 시골 마을에서 살던 그녀가 수천명의

지원자를 제치고 캐스팅 될 수 있었던 이유는, 그녀의 외모가 쿠아론의 가정부였던 '리보 로드리게즈'와 상당히 비슷했기 때문이었습니다. 

  또, 실제 얄리트사 아파리시오의 가장 친한 친구인 낸시 가르시아를 캐스팅해 극 중 클레오의 친구 아델라를

연기하게 한 것은 얼마나 쿠아론이 멕시코의 리얼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영화에 담아내고자 했는지를 보여줍니다.

 

 

 

# Netflix로 황금사자상까지..!

 " 넷플릭스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영화 "

" 미디어 플랫폼이 영화계에 가지고 온 변화 "

 

'로마'는 세계 최대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제작된 영화로,

일반적인 영화와는 달리 온오프라인 동시 공개 전략을 내세우는 넷플릭스 유통방식을 따라 개봉되었습니다.

 

그리고, 이 영화는 세계적인 베니스영화제에서 2018년 황금사자상을 받았는데,

이렇게 넷플릭스 출신의 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았다는 것은,

현 시대에서 넷플릭스가 영화계를 위협할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. 

 

베니스 영화제와는 달리, 칸 영화제는 넷플릭스에 대해서 보수적인 입장을 내세웠습니다.

만약 넷플릭스 영화가 초청을 받고 싶다면 온라인 오픈보다 극장 개봉을 우선시해야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.

무엇보다도 프랑스 극장 업계가 등 돌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런 조건을 내세운 것이지만,

이는 칸이 보수성을 버리지 못한 채 퇴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. 

 

넷플릭스는 최근 영화계의 화두입니다.

극장 상영을 마친 뒤 온라인에 공개되는 기존 영화들과는 달리

넷플릭스는 극장, 온라인 동시 상영 정책을 내세우면서 극장 중심 영화 산업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입니다.

 

'로마'를 제작한 감독과 프로듀서는 넷플릭스에 유통방식에 대해선 꽤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.

아무래도 기존 권위적인 성향의 영화계와는 다르게,

넷플릭스를 통해 보다 더 자유로운 방식으로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.

 

영화를 제작한 데이비드 린드 프로듀서는 한 매체에서

"영어가 아닌 외국어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 시장은 매우 복잡하다.

우리는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식이면서 가능한 한 많은 관객에게 다가갈 방법을 찾아야 했다.

세계 각국에서 <로마>를 어떻게 상영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넷플릭스의 프레젠테이션이 매우 설득력 있었다"고

언급하기도 했습니다.

 

국내에선 멀티플렉스 대신 전국 40여 개 '작은 영화관'에서 개봉했습니다.

영화 수입배급사 엣나인필름의 박혜진 팀장은 "극장 아트나인의 경우 11월까지 예술영화 관객이 적은 편이었는데, 12월 들어 <로마>의 반응이 뜨겁다. 넷플릭스에 풀린 이후 관객 수가 감소하지 않을까 했는데 계속 극장을 찾는 추세이다."라고 이야길 했습니다.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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